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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잘 안 들려

검진을 받는 분이 검사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평소에 별문제가 없어도 말이다. 그래서 굳이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하기보다는 나도 그렇다거나 나보다 낫다는 말씀을 드리곤 한다. 그런데 한 쪽 귀가 거의 안 들리는 000(남82세) 님은 좀 더 강한 확신, 조언이 필요하셨던 것 같다. 허리를 쟀는데 얼마냐고 물으셔서 66센티, 26인치라고 답해 드렸다.

 

-허리가 가늘어요?

네에? 에헤 그게… 조금 마르신 것 같네요.

 

내가 비만, 과체중이라 마른 분을 보면 부럽기도 해서 드린 말씀인데 이 말이 걸리셨나? 평소에도 특히나 허리가 가는 게 속상하셨는지 잠시 뒤에 병리실에서 피를 뽑으며 이번에는 병리사 선생님을 붙잡고 물으셨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소?

네, 말씀하세요.

-내가 말이오. 배가 나오게 하려면, 허리가 굵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네?

-잘 먹으면 되겠소?

네에. 근데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어려우실 거예요.

-뼈가 굵어져야 하겠소?

네에, 이젠 그게 잘 안 되실 거 같은데요.

-안 되겠소?

이제는 힘드시지 않을까요?

-늙어서 그렇소?

아무래도 세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잘 먹어도 안 되겠소?

그게… 잘 드시고 건강하셔야죠.

-잘 먹으면 되겠소?

네에, 그래도…

-허리가 굵어지겠소?

네네. 잘 드세요. 잘 드시면 될 거에요.

 

000 님은 귀가 잘 안 들리지만 듣고 싶은 대답은 듣고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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