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엑스레이 유감

-엑스레이 그걸 꼭 찍어야 되나? 자기들은 피하면서… 나는 그냥 다 쬐잖아. 방사능인지 방사선인지 말이야.

000 님이 미간을 찌푸리셨다. 나도 역시 짜증이 났다. 방사선사는 하루 종일, 일 년 내내 엑스레이를 찍으며 어쩔 수 없이 방사선에 노출된다. 걱정이 되니 그러시겠지만, 좀 심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평소처럼 흉부 엑스레이는 일반 검진에 포함된 것이고 심장, 폐, 기관지를 포함하는 흉부를 관찰하는 기본적인 검사라는 설명을 생략하고 여쭤보았다.

 

그럼 흉부 엑스레이는 찍지 않으시겠어요?

 

 

 

 

조금 지나간 얘기를 해야겠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쪽 연안에서 일어난 대지진은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었고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하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까지 날아온 뒤로 한동안 여러 논란이 나왔다 들어가길 반복했다. 세슘이 어떻고 요오드가 어떻고, 생선은 피하고 다시마와 생수는 사들이고, 소금은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지금 내리는 비는 과연 안전한가? 먹을거리는 또 어떠한가? 전문가의 말을 서로 인용하며 위험하다 아니다 말이 많았다. 검진센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에는 엑스레이를 찍으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거의 없었는데 이 방사능 누출사고 뒤로는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부쩍 늘었다.

 

사실만 놓고 보면 컴퓨터단층촬영(CT)은 경우에 따라 엑스레이를 100~1000장 찍는 셈이며 엑스레이 한 장의 유해성은 담배 한 개비 반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니 엑스레이 한 장 보다 오히려 자동차 배기가스나 특히 흡연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동차가 오로지 안전하기 때문에 타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갈 때 오로지 안전해서 비행기를 타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기도 한다. 그 ‘어느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가 늘 문제이긴 하지만. 참고로 일의 특성상 아무리 피한다고 해도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방사선사는 언제나 ‘선량계’라는 필름 배지를 착용하여 3개월 단위로 방사선 노출량을 측정한다.

아, 물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검진할 때는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신한 경우는 엑스레이 촬영을 하지 않는다. 그밖에 건강검진 항목에는 엑스레이를 이용하는 검사가 더 있는데 유방암 검진과 골밀도 검사, 위장 조영촬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