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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운동과 노동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월요일. 000님은 예약을 안 하셔서 위내시경을 할 수가 없었다. 비가 와서 쉬는 틈을 타 검진을 받으러 오셨는데 막노동을 하시다보니 사전에 예약하고 온다는 게 어려웠다. 큰 맘 먹고 왔는데 내시경을 못하니 앙꼬 없는 찐빵처럼 하나마나 라며 아쉬워 하셨다. 마침 10시 40분 예약이 취소되었다.

 

그럼, 예약 취소하신 분 때문에 한 시간 뒤에 내시경 자리가 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예예, 괜찮습니다.

 

접수를 하고 문진을 시작했다. 운동에 대한 항목 차례다.

 

따로 숨이 찰 정도로 하고 계신 운동 있으세요?

-운동? 없어요.

뭐 등산이라든지…

-안 해요.

네에. 그럼 운동 말고 평소에 많이 걸으시는 편이세요?

-제가 노동일을 하다 보니… 걷기는 걷죠.

 

여기서 잠깐!

운동을 안 한다는 분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40대 이하. 특히 20대. 운동하는 분은 거의 없다. 나도 그때는 안 했다.

둘째. 아프신 분들. 무릎, 관절에 이상 있는 분들 걷기도 힘들다. 하라고 해도 어렵다.

셋째. 주로 육체노동, 몸으로 일하시는 분들. 고된 노동 뒤에 따로 운동을 하기가 힘들다.

기초검사를 끝내고 기다리시는 동안 000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요즘엔 산에 다니신다는 말씀에 그런데 왜 문진 땐 등산하신다는 얘길 안 하셨을까 여쭤보려는데,

 

-산에 철망을 세우는 일을 하는데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무릎도 안 좋아요. 힘드네요. 허허허…

 

그러시구나. 산에 다닌다는 얘길 그냥 등산으로만 생각했다.

 

몸으로 일하니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하루 10분 이상씩 가벼운 걷기라도 해보시는게 어떨지. 노동과 운동은 다르고 또 계속 일 하셔야하니 정말 몸이 재산이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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