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가족력

혈압을 잴 때의 주의할 점은 충분히 안정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왜냐면 혈압은 잴 때마다 달라지는 만큼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주의사항은 이렇다.

 

운동 후에는 적어도 한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 잰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셨다면 30분이 지나서 잰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병원에서 잴 때는 5분 이상 가만히 앉았다가 잰다.

 

게다가 밤에 잠을 못 잤다든지, 특별한 질환이 있다든지 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검진센터가 바쁘게 돌아가거나 이따금 수검자가 급히 서두르면 그 5분이란 여유도 갖기가 힘들어진다. 그럴 때는 기초검사 전에 문진표를 작성할 때 일부러 조금 천천히 하기도 한다. 건강 검진에 대한 가벼운 상담을 할 때를 빼면 나에게는 손님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해서 될 수 있으면 또박또박 얘기하고 들으려고 한다.

 

OOO(남 81세)님의 가족력을 들을 때도 그랬다. 공통문진표의 두 번째 문항 차례였다.

 

부모, 현제, 자매 중에 뇌졸중, 심장병, 고혈압, 당뇨, 기타, 암 포함해서 앓으셨거나 혹시 돌아가신 분 있으신가요?

- …

 

잠시 동안 대답이 없다. 나는 답을 재촉하듯 그 분의 얼굴을 보았다.

 

-없어요.

네에. 다음으로…

이제 암 검진 문진표. 여기서는 암에 대해 더 넓게 병력, 가족력을 묻는다.

 

본인을 포함해서 부모, 형제, 자매, 자녀 중에 암에 걸렸거나 걸리셨던 분이 계신가요?

 

이번에도 대답이 늦었지만 대신 약간 길게 답하셨다.

 

-내가 말이유. 6.25때 혼자 내려와서… 가족들이 암인지 뭔지 병에 걸렸는지 건강한지… 잘 모르지.

… …

 

 

바로 다음 질문을 드리기가 조금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