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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담배 끊기

모자가 함께 검진을 받으러 오셨다. 나란히 복부초음파 검사를 하고 차례로 내시경실로 들어가셨다. 어머니가 먼저 끝내고 이제 수면 내시경을 하는 아들 차례. 그런데 마우스피스만 물었는데도 헛구역질이 심하다. 이를 닦을 때도 헛구역질이 많고 때문에 전에도 내시경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하신다. 원장님이 차분하게 설명하고 진정제를 조금 더 투여한 후 내시경을 시작했다. 많이 움직일 것 같아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막상 내시경이 들어가고 나서는 잦은 기침 말고는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내시경을 끝내고 위에 자극이 되는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원장님 말씀에 어머니는 아들이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다고 하신다.

 

대기실에서 수면이 깨는 동안 어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담배를 끊어야지요? (끊으라고 얘기해달라는 눈빛을 보내신다)

그럼요. 끊으셔야지요. 저도 끊었어요.

-(아들)…

저도 끊은 다음 일단 기침을 안 하게 되더라구요.

-(아들) 어떻게 끊으셨어요?

9년 전쯤인데 그때는 글쎄… 안 끊으면 죽을 것 같아 끊었죠, 뭐.

-(아들) 끊으신 분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끊은 분들은…

 

나는 그렇게는 못 한다는 표정의 아들을 걱정스럽게 보고 계신 어머니. 답답하니까 그러시겠지만 다 큰 어른이 누가 얘기한다고 끊고 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젠 두 분 다 말이 없으시다. 뭐든 중독을 끊기는 쉽지 않다. 담배야 말해서 뭐하랴.

아, 흡연이여! 중독이여!

 

 

※이 글을 쓰고 나서 1년쯤 뒤에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하루에 다섯 개비 정도였는데 어쨌든 다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금연 상태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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