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내 나이가 어때서

암을 포함해서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그래서 나도 늙는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약간 우울, 의기소침도 하고 그렇다고 쭈그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또 힘을 내보고. 이런 도돌이표가 작게 돌기도 하고 크게 돌기도 하는 요즘이다. 태풍이 지나갔는데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더 그런 것도 같기도 하다.

비가 오락가락하면 우산을 놓고 가는 분이 많다. 오늘은 계속 내리고 있고 빗줄기도 제법 굵으니 잊지 않으시겠지 하는 핑계로 비가 오는 날이면 검진센터의 반자동 유리문에 써 붙여놓곤 했던 ‘우산’마저도 생략했다. 그렇게 오전의 파도가 한차례 지나고 조금은 여유가 생긴 11시쯤 이분이 오셨다. 부산스럽지 않은 활기가 있는, 예의가 몸에 밴 분이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남편이 뇌경색이 와서…

아, 남편분은 해당이 안 되고 직계 가족 중 뇌졸중, 심장병, 혈압, 당뇨, 암 등등요.

-그럼 없어요.

 

그렇게 일반 검진 문진표 작성을 돕고 이제 인지기능 차례.

 

물건을 두고, 가지러 갔다가 그냥,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 계산 능력, 성격 등등…

-아니다. 아니다… 아니 그런 거 없어요. 아직까지는 하하하.

네에.

-제가 올해 5월에 가족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어요. 이 나이 80에 말이에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제가요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한 게…

그렇게 15년 전부터 뇌경색으로 불편한 남편 때문에 자격증에 도전한 얘기, 공부를 어떻게 하셨는지 얘기,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던 조마조마한 마음, 그리고 마침내 자격증 취득까지 웃음을 담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듣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검진센터에 들어오실 때부터 가지고 계셨던 긍정적인 태도가 이해되었다. 신체 계측과 노인 신체기능검사까지 마치고 병리실에 기록지를 전달하고 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검진을 마치고 가시고 30분이 지났을까? ‘이 나이에’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 딴생각 말고 작업이나 열심히… 뭐라도 해야지… 그러고 있는데 이분이 다시 오셨다.

 

-우산을 놓고 가서, 하하. 그럼 수고하세요.

 

아, 일단 ‘우산’을 붙여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