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이 나이

검진센터에 누군가 오시면 언제나 신분 확인이 먼저다. 검진이든 내과나 부인과에서 검사하러 오셨든 말이다. 이때 나이를 묻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생년월일로 확인한다. 굳이 나이를 얘기해야 할 때는 ‘만00세’를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그놈의 ‘한국 나이’라는 것의 필요에 대해 갈수록 회의적이다. 서열을 나누는 거 말고는 도통 쓸모가 하나도 없다. 뭐 그게 한국 사회에서 ‘한국 나이’가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 거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00살인데 뭐를 하라고 나왔던데 뭘 해야 하는지…?

(아니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례지만 몇 년생이세요?

-그게 호적이 잘못되어서…

(아니 고무줄 호적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주민등록에 몇 년생, 그니까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00년생인데…

00년이시면 올해는 분변잠혈 검사만 해당하실 건데, 혹시 모르니까 잠깐만요. 한번 조회해볼게요.

- …

현재(항상 전년도 기준) 직장가입자로 되어있으셔서 올해에 일반검진, 구강검진도 해당되시네요. (연세가 00세이신데 직장가입자로 되어있는 건, 그건 저도 잘 모르겠다는 말은 하지말자)

-그럼 어떡하누?

구강 검진은 치과에서 받으시면 되고요. 일반검진하고 분변잠혈 검사(대장암 검진)는 여기서 하시면 되는데 분변은 이 통에다 담아 오시고, 일반검진까지 하시려면 예약하실 필요는 없고, 근데 공복으로 오셔야 돼요. 그니까 아침 식사나 빵, 과일, 커피, 주스 뭐 그런 거 드시지 말고, 물은 드셔도 되구요.

-내 나이에 그런 것도 해야 하나?

이게 (제가 정한 게 아니라서…)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구요. 지역가입자냐 직장가입자냐, 홀수년 생이냐 짝수년 생이냐 그거로 정해지는데…

-그럼 언제 받나?

올해 안에 하시면 돼요. 위암 검진, 위내시경 검사는 내년에 나오구요.

-그건 작년에 했지.

네, 위암 검진은 2년마다 한 번씩 나와요. 분변잠혈은 만 50세 이상은 매년 나오구요.

(※분변잠혈 검사에서 양성으로 대장내시경을 한 경우 다음 해에는 대장암 검진 대상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음)

-그럼 다음 주에 와도 되겠네?

네, 공복으로요. 혈압약, 당뇨약 같이 드시는 약 있으면 그건 드셔도 되구요.

-설명을 잘 해줘서 좋네, 허허. 근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읍시다. 이 나이에 이런 거 계속해야 돼요? 이 나이에 말이요.

그러게요, 글쎄 그거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