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기억을 믿으시나요?

아니오, 별로 믿지 않아요.

 

그렇다. 나는 그다지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다. 검진센터에서 일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다지’를 붙인 것도 세상에 100%란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이런 생각도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 역시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가끔 본인이 언제 검진을 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분이 계신다. 전에 검진하긴 했는데, 다시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언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시는 거다. 기록이 남아 있으면 알아보는 건 일도 아니다.

 

-이거 검진을 작년에 했는데 하라고 또 날라 왔어.

분변(잠혈검사)은 매년 나와요. 혹시 모르니까 봐 드릴게요. 잠시만요. (조회 중) … 에이, 작년에는 안 하셨는데.

-그런가?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신 거는 16년 12월 00일이에요.

-하하. 아 생각났다. 그때도 사람이 많아서…

 

이 정도 착각은 흔하다.

 

-작년에 했다니까.

안 하셨다니깐.

-했다고.

(검진)기록이 없어요. 내과 진료도 안 보셨는데. 작년에 여기는 오신 적이 없어요.

- … …

 

건강보험공단에 조회하면 구체적인 내역은 몰라도 검진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최근 5년 사이의 검진 기록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수긍하신다. 물론 끝까지 우기시는 분도 있다.

수면내시경 보조를 할 때마다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다지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마도 검진센터에서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아 참, 까먹기 힘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세상엔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사실 같은 거? 잊을 만하면 일깨워주시는 분들이 잊지 않고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