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23화 ‘적응’하는 일상
목표: 검진할 때마다 쌓이는 종이 문진표, 결과 기록지를 줄이기.
방법: ‘태블릿’ 이용.
경과: 두 달의 시험 운영(결제 유예) 기간을 가짐. 접수부터 다시 익혀야함. 조금씩 건수를 늘려가며 실수를 줄였지만 예상처럼 적응이 쉽지 않음. 접수는 시작이었고 결과 입력, 확인, 판정, 통보, 청구까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 발생.
두 달, 시험 운영 기간이 지남.
장점: 일단 종이 줄이기는 대성공. 연동되는 부분이 많아 입력이 수월, 원장님의 판정도 온라인에서 가능하므로 왔다 갔다 하는 나의 물리적 동선과 처리 시간이 줄어듬. 비용은? 정도는 몰라도 줄어들 것은 확실. 이제 모바일 통보도 됨.
단점: 청구가 번거로움. 연계 파일을 따로 만들어 올리고 다시 점검, 오류 수정 등등. 청구만큼은 포털에서 직접 하는 게 탁월.
결론: 대체로 만족.

편지에서 전화기, 팩스, 삐삐, 핸드폰, 스마트폰…. 이젠 책을 굳이 '종이책'이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게다가 인공지능까지. 적응이 일상이 되었다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