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24화 26년도 건강검진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폐기능 검사와 확진 검사.
만 56세, 66세 일반 검진에 폐기능 검사가 추가되었다. 올해 대상자는 70년생과 60년생. 보통 호흡기 검사라고도 하고 글자 그대로 호흡기 질환, 폐질환이 의심될 때 하는 기본적인 검사 중 하나이다. 건강검진은 크든 작든 매년 변경 사항이 생긴다. 참고로 지난해(25년도)부터 만 56세 일반 검진에 C형 간염 검사가 들어갔고 만 20세부터 34세까지 우울증, 조기 정신증(조현병) 문진이 ‘2년 마다’가 되었다.
확진 검사에 고지혈증이 추가되고 당뇨병 확진 검사의 면제 항목에 드디어 당화혈색소 검사가 들어갔다. 검진 관련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일 반가운 소식이다.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다음 해 3월 31일까지로 늘어났다. 만약 내가 12월 31일에 일반 검진을 하고 그 결과 확진 검사 대상이 되더라도 다음 해 3월 31일까지 확진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까 이전의 1월 31일에 비하면 좀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분변 잠혈 검사 결과 양성에 따른 대장내시경 검사는 1월 31일까지로 변함없다. 그 밖의 변경 사항은 수검자가 느끼기 어려울 만큼 자잘해서 생략.

그나저나 언제부턴가 숫자와 의미 사이의 이질감? 괴리?를 느낄 때가 많아졌다. 5, 60십대를 접수할 때 유난히 더. 나 역시 60년대생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런 식...
‘60년생이 66세 검진 대상자?!’, ‘66년생이 60? 환갑?!’, ‘76년생이 50? 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