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25화 반송 변이
검진 결과 통보서 두 통이 반송되어 내 손에 건네졌다. 자주는 아니어도 흔한 일이고 수신자 주소 오류가 대부분이다. 역시 한 통은 아파트인데 동, 호수가 없다.
일단 주소가 온전한 것부터 처리하자. 차트를 열어 수신자를 확인하고 연락드렸다. 당연하게도 받지 못하셨지만, 주소는 정확했다. 손수 찾으러 오신다니 다시 발송할 필요가 없어 잘 됐다. 남은 하나는, 그런데 처음 받았을 때부터 왠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어라?!, 이건 예~전에 쓰던 봉툰데…’
뜯어보니 통보서도 바랜 느낌이 들었지만 실은 바랜 게 아니라 그땐 미색 A4 용지를 썼드랬다. 반송 사유 인장에 찍힌 날짜는 ‘2026-03-13’. 하도 희한해서 검진 날짜를 봤다. 무려 2020년 9월 4일이다. 세상에!
보통은 2~3주 전, 길어야 2개월 전후 통보서가 반송되는데 무려 5년하고도 6개월 전이라니.

대체 이 통보서는 어디서 뭘하다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되돌아왔을까?
그나저나 차마 감히 연락을 드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